주 5일 서비스 따른 물량 이동 불가피, 경쟁도 치열

   
▲ 우체국택배 친환경 차량.

국내 택배시장이 우체국택배의 토요일 휴무를 재개한다는 소식으로 시장 재편 시나리오를 또다시 쏟아내며, 칼춤을 추고 있다.

도대체 택배 서비스 토요 휴무제가 뭔데, 이토록 택배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이같은 배경에는 택배서비스를 주 5일만 할지, 토요일을 포함해 주 6일 일지에 따라 판매하는 판매자, 소비자, 택배기업, 택배 현장 근로자 등의 이해득실이 달라지고, 택배기업 간 논의되던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또 연간 3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거대 시장 진입의 명분으로 토요 휴무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내세운 농협에게도 우체국의 토요일 서비스 재개로 향후 시장 진출 전략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는 않았지만, 택배업계에서는 우체국택배의 토요일 배송이 재개될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그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어 최종 결과에 따라 향후 파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요신문>은 우체국택배 토요 휴무 재개 여부에 따라 택배시장이 왜 춤을 추는지 그 원인과 향후 택배시장 재편구도를 전망해 봤다.

■택배 토요 휴무 논란, 관련 업계 모두 생각 ‘달라’

생활 물류서비스로 대표되는 택배가 주 5일이냐, 주 6일 이냐에 따라 또 한번 택배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당장 우체국택배 배송 근로자들은 “토요일 배송을 재개하지 말라”며 파업을 불사하고서라도 이번 토요택배 재개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택배 서비스의 주요 이용자인 홈쇼핑과 대형 온라인 쇼핑몰, 제조사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의 경우 6일을, 택배배송 현장 근로자들은 주 5일을, 택배사업자들은 서비스 물량에 따라 양쪽의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서비스를 요구하지만, 현장 배송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매일 16시간의 중노동에도 불구하고, 저가 택배요금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대다수 근로자들이 모두 쉬는 토요일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우체국택배의 전격적인 토요 휴무 선언은  파격이었다. 비록 수익률은 떨어지지만, 집배원들의 근로여건 개선과 하루 16시간의 고된 근로를 해소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노사간 합의를 통해 지난해 7월 시범 도입 후, 8월부터 전격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초 우체국택배를 비롯해 민간 택배사들 대부분도 토요 휴무 채택을 적극 검토했었다. 이유는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고된 근무환경으로 인력 구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도 하락,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 때문이다.

반면 대다수 택배기업이 토요 휴무를 원했지만 유독 업계 1위 CJ대한통운만은 고객서비스를 최우선 해야 한다는 이유로 토요 휴무제를 반대했다. 이러자 물량유출을 경계한 나머지 경쟁 사들 모두 토요일 서비스를 계속, 결국 국영기업인 우체국택배만 토요 휴무로 인해 택배 물량이 하락하고, 수익하락의 결과를 낳았다.

현재 우체국택배의 경우 토요 휴무에 대한 논쟁은 경제적인 이익과 근로자의 인간다운 근무환경 확보라는 2개의 상반된 이슈로 노사간 치열한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옥천 메가허브센터 전경

■근로 환경 무시, 수익만 우선되는 택배시장

지난해 우체국 토요 휴무가 전격 시행되자, 증권가에서는 민간 택배기업들이 상대적 이익을 봤다고 분석했다.

당시 이트레이드 증권에 따르면 2013년 우체국 택배 물동량의 경우 2013년 동기 대비 9월 20%, 10월 16%, 11월에는 30%나 감소했으나, CJ대한통운, 한진, 현대 등 주요 택배회사의 물동량은 모두 증가해 우체국 토요 휴무로 인한 이탈 물량을 흡수한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10 여 개월이 지난 우체국택배는 토요 휴무 덕분에 수 백 억원의 적자를 나타냈고,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뒤 휴무제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한차례 요금인상으로 더 이상의 요금인상도 어려워 뾰족한 수익 개선방안이 없는 것도 우체국택배의 고민을 크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국내 택배시장은 토요 휴무 시행에 따른 택배기업 본사의 수익악화를 우려해 현장의 근무환경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시장으로 전락하게 될 전망이다.

A택배사 배송 근로자 김민욱(44, 가명)씨는 “결국 현장 근로자의 근무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기업들의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춰 토요일 서비스 재개를 고민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대형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 등 현장 근로자 배려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논쟁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B 택배 이모씨는 “수익률 하락을 회복하기 위해 토요일 배송이 재개된다면 주말 배송되는 상품에 대한 배송료 가격을 높이면 된다”며 “하지만 이런 논의는 없이 무조건 토요일 서비스 재개는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은 더 치열, 농협 택배진출 명분 잃어

한편 지난해 우체국택배가 토요 휴무를 시작하자 이 서비스 공백을 대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농협이 택배시장 진출을 선언, 택배시장 개편 논란이 커졌었다. 이에 따라 중소 택배기업의 인수 합병이 일어나면서 시장의 재편화에 대한 나비효과도 우체국 토요 휴무제에서 비롯됐다.

특히 우체국의 토요일 서비스 재개되면 지난해 우체국택배 토요 휴무제를 대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시장 진출을 검토하던 농협의 경우 시장 진출의 명분이 없어지게 돼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이와 함께 지난 10개월 동안 토요일 서비스를 멈췄던 우체국의 서비스가 재개될 경우 민간 경쟁 택배사로 옮겼던 화주들 역시 우체국으로 회귀, 택배시장 판도는 또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우체국택배의 경우 국내 택배서비스 기업들 가운데 가장 촘촘한 지역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농수축산품 등 신선식품 배송에 강점을 보여왔던 만큼 이번에 토요일 서비스가 재개되면 빠져나갔던 고객들이 다시 우체국택배 이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지난해 우체국의 토요일 휴무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내 택배시장에 진출하겠다던 농협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형국’으로 몰리게 됐다는 점이다. 만약 우체국택배가 토요일 서비스를 재개하면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은 공기업이 민간시장에 공정경쟁을 위배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농협이 택배시장 진출을 위해 물밑에서 작업하던 택배업계 인수 합병도 원점으로 돌아가 택배시장 판도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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